많은 사람이 자신만의 특별한 초능력을 가진 세계, 그 능력을 활용하는 히어로나 악당이 판치는 세상에 마그네틱이라는 히어로가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의 마그네틱과 지금의 마그네틱을 비교해보면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철부지 같은 모습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의 마그네틱은 운 좋게 신체 능력 강화 계열의 초능력을 하나 얻은 것을 계기로 별다른 포부 없이, 할 수 있으니까 히어로를 지망하는 평범한 학생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초능력조차 평균적인 성인 남성 운동선수보다 조금 더 좋은 신체 능력을 가지게 되는 정도였기 때문에
마그네틱은 일찍부터 자신의 한계를 정해놓고 히어로로서 성공할 생각을 포기한 학생이었습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히어로에 대한 관심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나름대로 존경하는 히어로도 있었고, 히어로들이 사람들을 구하는 것을 보면서 제법 멋있다는 생각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저 자신은 그 주인공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할 뿐이었습니다.
그렇게 마그네틱은 성인이 되었고, 예상대로 히어로가 되었습니다. 성인이 되어서도 성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항상 적당히 훈련했고, 적당히 즐기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마그네틱에게는 아직 학생인 여동생이 있었는데, 여동생은 초능력이 없는 일반인이었습니다. 동생은 별 볼 일 없는 히어로인 마그네틱을 항상 자랑스러워했습니다.
마그네틱이 다치면 자신이 치료해주고 싶다면서 의사가 되겠다고 다짐했으며 실제로도 꿈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기특한 동생이었습니다. 다만, 부모님의 수입만으로는 여동생의 학비를 충당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에 마그네틱이 함께 충당하고 있었습니다. 마그네틱은 적당히 벌면서 여동생을 뒷바라지하는 것에 만족했고, 평범한 일상을 반복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던 중 마그네틱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는 사건이 발생하게 됩니다.
마그네틱은 평소처럼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는데, 마침 시간을 보니 동생도 공부가 끝나고 집에 갈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함께 귀가하기 위해 동생을 데리러 학교로 갔습니다. 동생의 학교에 도착한 뒤 입구에서 십여 분을 기다렸지만, 동생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상함을 느끼고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신호음이 아무리 울려도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동생이 갈만한 곳까지 모두 연락을 했음에도 동생의 위치를 알 수 없자 그때서야 이상함이 불길함으로 바뀌었습니다. 마그네틱은 학교 주변을 샅샅이 뒤지며 동생을 찾아다녔고, 미친 듯이 뛰어다니던 중 으슥한 골목에서 결국 여동생을 발견했습니다.
다행히 여동생의 몸은 무사해 보였지만, 어떤 괴물에게 공격당하고 있었는데
척 보기에도 굉장히 위급한 상황으로 보였습니다.
좀 더 자세히 보니 그 괴물은 최근 뉴스에 나와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범죄자였는데, 초능력이 없는 사람들을 표적으로 삼아서 가지고 놀다가 해치는 살인마였습니다. 마그네틱은 동생이 공격당하는 모습을 보자마자 괴물에게 뛰어들었습니다. 그렇게 괴물과 싸우기 시작했지만, 전세는 점점 괴물의 승리로 기울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마그네틱이 마지막 한 수로 시도한 공격이 실패로 돌아갔고,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마그네틱은 짙은 무력감을 느꼈고, 괴물은 그런 마그네틱을 비웃으며 끝내기 위해 다가왔습니다. 괴물이 최후의 공격을 하는 순간 무언가가 뛰어들어서 마그네틱의 앞을 막았습니다. 마그네틱의 여동생이었습니다.
마그네틱이 정신을 차리고 여동생을 바라보았습니다.
주위는 온통 붉게 물들어 있었는데, 의사를 꿈꾸는 동생의 소중한 한쪽 팔이 사라져 있었습니다. 마그네틱의 여동생은, 정신을 잃을 만큼 고통스러울게 뻔한 상황에서도, 마그네틱을 보며 자신은 괜찮다며 웃음을 지어 보였습니다.
마그네틱보다도 어리고, 아무런 초능력도 없는 주제에 현직 히어로를 위로했습니다. 그리고 괴물은 무엇이 그렇게도 웃긴지, 마그네틱과 여동생을 보면서 박장대소를 터트리며 다가왔습니다.
괴물이 말했습니다.
"덕분에 재미있었으니까. 특별히
고통 없이 죽여줄게~"
마그네틱은 절망했습니다.
평소에 어째서 몸을 더 단련하지 않았는지, 주먹을 한 번 더 휘두르고, 한 걸음 더 달리지 않았는지 후회가 미치도록 몰려왔습니다. 단 한 번만 더 기회가 주어지기를 간절히 바랐습니다.
절체절명의 순간, 마그네틱과 동생에게 또 다른 누군가가 다가왔습니다.
마그네틱의 일행에게 다가온 사람은 더 원이라는 히어로였습니다.
마그네틱이 괴물과 싸울 때 뒤에 있던 여동생이 괴물 몰래 신고를 하는 것에 성공한 덕분이었습니다.
더 원은 자기장을 다루는 능력을 가진 히어로였는데, 모든 히어로와 악당 중에서도 압도적인 강함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또한, 그런 능력을 바탕으로 아무도 따라오지 못할 업적을 세웠으므로 The One이라는 이름을 받게 된 히어로였습니다.
현장에 도착한 더 원은 순식간에 마그네틱과 여동생을 낚아채면서 자신의 초능력으로 괴물을 밀어냈습니다.
그리고는 괴물을 쓰러트리지도 않은 상태에서 말했습니다.
"이제 모든 문제는 해결됐으니, 마음 편히 쉬시면 됩니다."
마그네틱은 더 원의 등을 보며 자신이 히어로라는 사실이 난생처음으로 부끄러워졌습니다.
더 원은 순식간에 괴물을 제압했습니다.
모든 상황이 종료된 후 마그네틱과 그 여동생을 안정시키는 과정에서 더 원은 이상함을 느꼈습니다.
평소에는 자기장을 숨 쉬듯 자연스럽게 조종할 수 있는데, 마그네틱의
근처에 있는 자기장만큼은 조종할 수 없었습니다.
더 원은 마그네틱에게 몸에 이상이 없는지, 평소와 다른 점은 없는지
다시 한 번 물어봤습니다.
후속조치를 할 때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범죄자와 싸울 때 생긴 후유증이
뒤늦게 나타나기 시작했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마그네틱의 대답은 더 원의 예상을 벗어났습니다.
마그네틱은 말했습니다.
"새로운 초능력이 생긴 것 같습니다."
세계 최초의 다중 초능력자가 탄생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사실 마그네틱의 두 번째 초능력도 이미 어린 시절부터 개화된 상태였습니다.
마그네틱이 어린 시절부터 두 번째 초능력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이제서야 발견된 이유는 확인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마그네틱의 두 번째 초능력은 다른 사람의 능력을 복사하여 가져오는 것이었습니다.
단, 능력과 관련하여 상당히 까다로운 조건이 몇 가지 있었는데, 그 첫 번째는 마그네틱 자신이 간절하게 원하는 능력이어야 했으며, 둘째는
해당 능력을 사용하는 사람과 신체를 접촉한 상태에서 그 사람이 능력을 사용해야 했고, 마지막은 한번
복사한 뒤로는 평생 바꿀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조건 때문에 마그네틱은 자신에게 두 번째 초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눈치챌 수 없었지만, 더 원이 자신을 구하는 과정에서 모든 조건이 충족됐기 때문에 그의 능력을 이어받게 된 것이었습니다.
마그네틱은 집으로 돌아가며 다친 여동생을 생각했습니다.
병원에서 얘기를 들어보니 다행히 여동생의 팔이 잘린 지 오래되지 않았고, 절단면이
깔끔한 편이었기에 다시 붙일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다만, 후유증이 남을 수도 있어서 의사가 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는
소견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마그네틱은 그 괴물을 떠올리면서 다시는 그런 무력감을 느끼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 뒤로 마그네틱의 삶도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일이 없을 때는 항상 수련에 매진했고, 능력을 갈고닦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더 원이 마그네틱을 찾아왔습니다.
더 원은 마그네틱을 보며 자신의 제자가 될 것을 권유했습니다.
마그네틱은 망설임 없이 그 자리에서 제안을 수락했습니다.
세간에 최강으로 알려진 더 원이었지만, 사실 그에게도 아주 큰 고민이
있었습니다.
몇 년 전에 급진적인 우월주의 사상을 가진 초능력자 집단과 싸우던 중 그 우두머리와의 전투에서 큰 부상을 얻었었습니다. 다행히 악당 집단에도 엄청난 피해를 주어서 일시적인 평화를 얻었지만, 그 때문에 자신조차 은퇴를 준비 중이었습니다. 따라서 자신의 의지를 이어받을 후계자가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꾸준히 마그네틱을 지켜본 결과 이전과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을 알 수 있었고, 세계 최초의 다중 초능력자라는 점과 자신과 같은 능력을 지녔다는 점 때문에 제자가 될 것을 권유한 것이었습니다.
마그네틱이 더 원의 제안을 수락하는 즉시, 함께 합숙하며 훈련하는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더 원과 합숙하며 훈련하는 과정은 대부분 순조로웠습니다.
다만, 두 번째 초능력은 비교적 최근에 얻었기 때문에 자기장을 다루는
영역에서 발전이 느렸습니다.
하지만 그 이유 하나 때문에 계속해서 훈련만 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자기장을 다루는 능력은 장비의 도움을 받으면서
천천히 발전시키기로 했고, 더 원의 추천으로 무기는 창을 사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모든 훈련이 끝나고 재정비를 위해 집에 잠시 머물렀다가 다시 돌아온 순간, 마그네틱은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습니다.
그토록 강인하던 더 원이 처참한 몰골로 쓰러져있었는데, 주변에는 백여
명의 사람들이 기절해있었습니다.
기절한 사람들은 평소에 더 원에게 숱하게 들어왔던 급진적인 히어로 집단의 구성원들이었습니다.
그동안 힘을 회복한 녀석들이 최우선적인 걸림돌인 더 원을 제거하기 위해 급습한 것이었습니다.
더 원은 한발 늦게 도착한 마그네틱을 보며 오히려 안도했습니다.
그리고 슬퍼하는 마그네틱에게 말했습니다.
"최강의 히어로는 울어선 안 된다. 이제부터는 네가 최강이다."
"힘든 길을 혼자 맡겨서 미안하지만, 미래를 부탁한다."
그리고 평소처럼 웃는 표정으로 숨을 거뒀습니다.
언젠가 보았던 동생의 미소가 떠오르는 웃음이었습니다.
훈련하며 더 원과 가까워질 대로 가까워지고 그의 고충을 아는 마그네틱은 더 원이 죽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습니다. 자신이 저렇게 처참하게 당하는 와중에도 단 한 명의 악당조차 죽이지 않았다는 사실에 분노했고, 슬퍼했습니다. 사람의 목숨에 경중은 없지만, 적어도 이렇게 처참한 몰골로 죽는 사람은 더 원이 아니라 주변에 쓰러져 있는 저 악당들이어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는 순간 아직 통제가 미숙한 초능력이 폭주했습니다.
능력의 폭주로 인한 자기장 폭풍 속에서 시공간에 뒤틀림이 발생했고, 그
시공간의 틈으로 순식간에 빨려 들어가며 정신을 잃었습니다.
마그네틱이 눈을 뜨고 처음 본 것은 이상한 머리를 한 남자가 머리만큼이나 이상한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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