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퍼의 아버지는 평범한 회사원이고, 점퍼의 어머니는 가정주부입니다. 부유하지도, 가난하지도 않은 평범한 가정이었습니다. 아버지는 귀찮아하면서도 주말엔 점퍼와 꼭 놀아주셨고, 어머니는 언제나 다정하셨습니다. 점퍼는 장난치는 걸 굉장히 좋아했었습니다. 가끔 정도가 넘어가는 장난을 쳐서 엄마에게 혼날 때도 있었죠. 호기심도 많아서 새로운 물건이나, 곤충, 동물들을 보면 눈을 반짝이며 달려가서 몇 시간 동안 앉아서 관찰하는게 점퍼의 주특기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점퍼가 골목을 지날 때였습니다. 골목 안에서 반짝하는 빛이 났고 점퍼는 호기심에 골목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골목 끝의 담벼락이 평소와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회색의 벽에 빛나는 구멍이 있었으며, 그 구멍 안은 간혹 티브이에서 보던 우주의 모습이 보였었죠. 이 신기한 현상에 점퍼는 두려움보단 호기심이 발동했습니다. 좀 더 가까이 가서 보기 위해 근처로 다가갔습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점퍼는 그 신비한 모습에 이끌려 점점 더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점퍼는 빛나는 테두리에 손을 대자 구멍이 강한 빛과 에너지를 발산하면서 사라졌습니다. 강한 빛에 점퍼는 혼절해 버렸습니다.
점퍼가 저녁 시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점퍼가 걱정된 어머니가 온 동네를 헤매며 점퍼를 찾아다녔습니다. 점퍼의 어머니가 골목길에 쓰러져있던 점퍼를 발견했습니다. 혼절했다가 깨어난 점퍼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점퍼는 잠자다 깨어난 것처럼 느꼈죠.어머니에게 엉덩이를 팡팡 맞으며 눈물 콧물이 쏙 빠지도록 혼났습니다.
그런데 그날 이후부터 점퍼는 툭 하면 잠들어 버렸습니다. 길가다가, 밥 먹다가, 목욕하던 도중에 갑작스럽게 잠들어버리기 일쑤였습니다. 그 증상은 기면증과도 비슷했기 때문에, 병원도 다녀보고 약도 먹어 봤지만, 전혀 낫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점퍼도 자신이 언제 잠들었는지, 기억조차 하지 못했고 잠들고 나서 꿈도 꾸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증상이 심해졌고, 점퍼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했습니다.
더군다나 점퍼의 시간만 유난히도 천천히 흘렀습니다. 점퍼는 17살이 되었지만, 신체는 8살에 불과했습니다. 학교에 다니는 건 불가능했고, 집에만 콕 박혀 세상에 나가기 두려워했습니다. 모습이 거의 변하지 않은 점퍼를, 점퍼의 친구들은 싫어했습니다. 병원에서 아무리 검사를 해봐도, 점퍼의 몸은 건강했고 원인은 알 수 없었습니다. 유명한 의사들에게 점퍼을 데려가도 모두 고개를 저을 뿐입니다. 점퍼의 부모님은 여전히 점퍼를 사랑했지만, 점차 지쳐갔습니다.세상과 고립될수록 점퍼가 잠드는 빈도수와 잠드는 기간이 점차 증가했습니다. 심지어 점퍼는 가끔 이대로 영원히 깨어나지 않길 바랄 때도 있었죠. 점퍼의 미래는 까만 어둠일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점퍼는 벽이 갈라지면서 동그란 구멍이 생기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 기시감이 들었고 점퍼는 홀린듯이 구멍을 향해 손을 뻗었습니다. 점퍼는 그대로 구멍 안으로 빨려들 어 갔습니다. 그리고 점퍼가 들어가자 구멍은 다시 닫혔습니다. 그리고 점퍼가 나온 곳은 거대한 시설물들과 영화 속에서 본 것 같은 외계인들이 돌아다니는 길거리였습니다. 그 기괴한 모습에 놀란 점퍼는 무서워서 골목으로 숨어들었습니다.
이곳은 도대체 어디죠?
점퍼는 그 방에서 그랬던 것처럼 벽을 두드리며 다시 돌아갈 구멍을 찾았지만, 구멍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점퍼가 들어간 뒷골목은 매우 음침한 장소였고, 유난히 기괴한 외계인들이 나타났습니다.
그 외계인들을 피해 달아나다 점퍼는 넘어졌고, 외계인들이 점퍼를 잡으려고 손을 뻗었습니다. 점퍼는 무의식적으로 그들을 막으려고 손을 내밀었는데, 그 순간 밝은 빛과 함께 눈앞에 구멍이 생겼습니다. 점퍼는 두 번 생각하지 않고 구멍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다시 나온 곳은 점퍼가 알지 못하는 또 다른 외계였습니다. 다른 형태의 외계인과, 다른 형태의 외계 도시. 점퍼가 계속해서 구멍을 통해 이동했지만 도무지 점퍼가 원래 있던 지구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말도 통하지 않고, 낯선 것들로 가득한 세계가 계속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사람은 적응의 생물이라고 점차 기괴한 외계인의 모습들도 익숙해지고, 말은 안 통하지만 신체언어로 소통했습니다.
점퍼가 만난 외계인 중엔 착한 외계인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점퍼를 잡아서 팔려고 하거나, 먹으려고 하거나, 단순히 영역을 침범했다 하여 가차 없이 죽이려고 하는 외계인이 더 많았습니다. 위기의 순간을 겪으면서 점차 점퍼는 구멍, 즉 포탈을 자신의 의지대로 여닫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원리는 알 수 없었지만, 점퍼가 원하면 열리고 닫혔습니다. 단지, 점퍼가 갈 곳을 정할 순 없었습니다. 반대편 포탈이 열리는 곳은 랜덤했죠.
외계인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점퍼는 포탈을 이용해 공격하는 방법을 터득했습니다. 외계인이 달려드는 곳에 포탈을 생성하거나, 여의치 않으면 외계인을 잡고 포탈에 넣어버렸습니다.
무수히 많은 곳을 헤매는 동안 점퍼의 몸은 급격히 성장을 시작했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성장통에 시달리며 괴로워했습니다. 급격한 성장으로 점퍼는 8살 꼬마에서 17살의 소년으로 자라났습니다. 성장은 기뻤으나, 한편으론 영원히 알 수 없는 곳을 떠돌까 봐 불안했고, 절망이 점퍼를 잠식해갔습니다. 그리고 새로이 이동한 이곳은…바로… 지구였습니다.
점퍼와 똑같은 모습을 가진 사람들이 가득했죠!
그러나 점퍼의 기억과 다르게 옷이나 건물들이 달랐습니다. 하늘에는 우주선이 날아다니고, 예전에 한 번씩 마주쳤던 외계인 들이 지나다녔습니다. 이곳은 미래의 지구였습니다. 기쁨도 잠시, 점퍼는 지구로 돌아와도 엄마나 아빠, 친구들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절망했습니다. 그리고 점퍼의 힘이 제멋대로 날뛰기 시작했습니다.
점퍼의 힘이 제어할 수 없게 날뛰기 시작하면서 사방으로 균열이 나타나 사람들을 집어삼켰습니다. 점퍼를 제압하기 위해 정부군이 출동했지만, 그 어떤 사람이나, 힘도 점퍼에게 닿기 전에 포탈에 들어가 버렸습니다.
점퍼의 제어할 수 없는 힘..
점퍼는 지구로 다시 돌아가 평범한 삶을 살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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