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얼음을 다루는 능력을 갖고 태어났습니다. 처음엔 아주 미약한 힘이었기에 당신조차 자신의 능력을 알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당신의 능력은 날이 갈수록 강해졌고, 어느 날 당신은 자신의 능력을 깨닫게 됩니다. 이 사실을 부모님이 알면 기뻐할 거라 생각한 당신은 부모님에게 자신의 능력을 말해주었습니다. 부모님이 당신의 말을 믿어주지 않자, 당신은 손에서 얼음을 만들어냅니다. 그런데 당신의 생각과 달리 부모님의 얼굴은 어두워졌습니다. 부모님은 당신에게 말했습니다.
"절대 너의 능력을 남에게 보여주지도, 말하지도 않아야 한다."
갑자기 바뀐 부모님의 모습에 무서워진 당신은 알겠다고 했지만, 부모님은 몇 번이나 당부하고서야 당신을 놓아주었습니다. 당신은 부모님의 말씀을 이해할 순 없었지만, 능력은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능력을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능력은 계속 강해졌습니다. 힘을 계속 사용하지 않게 되자, 오히려 능력을 제어하는 것이 어려워졌습니다. 당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능력이 나가는 일이 잦아졌고 결국 다른 사람들에게 그 능력을 들키게 되었습니다. 당신이 마법을 쓴다는 사실은 금세 퍼져나갔습니다. 사람들은 당신을 저주받은 아이라 불렀고,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당신을 피해 다녔습니다.
당신에게 가장 괴로웠던 사실은 소문이 퍼지고 부모님도 당신의 부모라는 이유로 마을에서 차별받게 되었단 점입니다. 화목했던 당신의 가정은 순식간에 불행해졌습니다. 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깨어난 당신은 집안이 유독 조용한 것을 깨닫습니다. 당신은 당신에게 일어난 불길한 사건을 애써 부정하며 집에서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사흘이 지나도 부모님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당신은 결국 집에서 나와 마을 사람들에게 도움을 구했지만 아무도 당신을 도와주지 않았습니다. 당신은 마을을 떠나기로 합니다. 당신은 마음이 이끄는 대로 북쪽으로 계속 갔습니다. 많은 시간이 흐른 뒤, 당신은 아무도 살지 않는 얼음산에 도착합니다. 얼음산은 일 년 내내 녹지 않는 눈으로 덮여있었습니다.
그 장소가 마음에 들었던 당신은 능력으로 얼음 궁전을 만들었습니다. 외로웠던 당신은 원하는 곳을 볼 수 있는 마법 거울을 만들어 세상을 살펴보며 지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당신은 마음에 드는 아이를 발견합니다. 어느 마을에 사이좋은 소년과 소녀가 있었습니다. 겨울날 둘은 썰매를 타며 놀고 있었습니다. 그때 하늘에서 파란 옷을 입은 사람이 나타나 순식간에 소년을 데리고 사라졌습니다. 남겨진 소녀는 어른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습니다. 결국 소녀는 자신이 직접 친구를 찾아 나서기로 했습니다. 숲속을 지나던 소녀는 산적 떼를 만났습니다.
산적들은 소녀의 짐을 빼앗고, 소녀를 자신들의 소굴로 데려갔습니다. 소녀는 소년을 떠올리며 울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보고 궁금하게 여긴 산적 두목의 딸이 오더니 그 이유를 물었습니다. 소녀가 자신이 겪은 일을 말해주자 산적 두목의 딸은 가엾게 여기며 소녀를 풀어주고, 순록도 주었습니다. 다시 길을 떠난 소녀는 어떤 노부부를 만났습니다.
"얘야, 이렇게
추운데 어디를 가니?"
소녀는 잃어버린 친구를 찾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얼음산에 있는 얼음 궁전에 가보려무나."
소녀는 얼음 궁전으로 갔습니다.
얼음 궁전에 도착한 소녀가 거대한 문을 열자 수많은 얼음 조각상이 소녀를 맞이했습니다. 얼음 조각상에 다가간 소녀는 깜짝 놀랐습니다. 얼음을 조각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얼어붙은 사람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충격을 받은 소녀는 소년을 찾아 성안을 뛰어다녔습니다. 한참 뒤 소녀는 소년을 찾았습니다. 다행히 소년의 몸은 멀쩡했지만,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처럼 미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차가운 마법이 친구의 마음을 얼려버렸기 때문입니다. 소녀는 친구를 껴안고 펑펑 울었습니다. 소녀의 눈물이 친구에 닿자, 마법이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따스한 마음이 차가운 마법을 녹인 것이었습니다. 마법이 풀린 소년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렇게 서로 손을 잡고 얼음 궁전을 빠져나가려던 순간 파란 옷을 입은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그는 소년을 두고 가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소름 끼치는 목소리였지만 슬픔도 느껴지는 목소리였습니다. 소녀는 그에게 다가갔습니다. 그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소녀를 보고 얼음 조각을 날렸지만, 얼음은 소녀에게 닿으려는 순간 녹아 사라졌습니다. 다가간 소녀는 그를 안아주었습니다. 긴 세월을 외로이 살아오며 잊고 있던 따스한 마음이 전해졌습니다. 그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습니다. 따스한 마음에 대한 감동, 자신이 저지른 악행에 대한 후회, 반성하는 마음에서 우러나는 눈물이었습니다. 눈물을 흘리자, 얼음 궁전이 녹기 시작했습니다. 마법이 풀리기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그의 몸은 서서히 희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마법으로 본래의 수명보다 훨씬 길게 살아왔기 때문에 마법이 풀리면서 본래의 운명으로 돌아가야 했던 것입니다.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소녀는 안아주었습니다. 당신이 눈을 뜨자, 이상한 머리를 한 남자가 당신에게 손을 건넵니다.
이곳에선 외롭지 않을 겁니다.
용병 | [얼음 신] 일러스트레이터 좀 바꿔라[11] | 대령1잠깐만사가 | 2020-04-02 | 27 | 1094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