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2학년 봄부터 집 근처 M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 했습니다.
주변에는 주택가도 많고 아파트단지도 많아서 꽤 장사가 잘 되는 편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밤 10시에 퇴근했는데, 아르바이트 하는 도중, 매장 근처로 이사 오게 되어 새벽까지 일하게 되었습니다. 마감조로 편성된 것입니다.
제가 일하던 매장은 2층 구조로 되어있는데 2층 청소를 밤늦게 하게 됩니다. 매장 건물 2층에는 병원과 미용실도 있었지만, 밤 9시에 문을 닫아서, 9시 이후에는 불이 ** 2층 복도가 컴컴했었습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2층에서 청소를 하던 동생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뛰어내려와 숨을 헐떡이고 있었습니다. 자초지종을 묻자 동생은 식은땀을 흘리며 말했습니다.
"복도에서 발자국 소리가 나요. 형. 근데 그 소리가 점점 가까워져요."
동생은 무서워서 더 이상 청소를 하지 못하겠다고 해서 결국 제가 올라가서 청소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두워서 지레 겁먹고 혼자 착각했거니 생각했지만, 2층에서 빗자루 질을 하다 복도 쪽을 본 순간 저는 할 말을 잃고 말았습니다.
사람의 피부색이 아닌, 석고상 색을 한, 게다가 발목만 존재하는 그것이 복도를 걸어 다니고 있던 겁니다. 저는 못 본 척 하면 되겠지, 되겠지 생각하다가 결국 엄청난 공포에 압도되어 청소하다가 1층으로 도망쳤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런 일도 있었습니다.
저희 매장 직원 휴게실은 지하주차장 한편에 마련되어있는데 동료들이 밤늦게 혼자 들어가 옷을 갈아입을 때마다 지하주차장에서 누가 시끄럽게 뛰어다닌다는 것입니다. 말도 안 된다며 손사래를 치며 믿지 않았었는데, 자재배송을 시범적으로 새벽에 한다는 말이 들려왔습니다.
자재를 받으면서 올 테면 와봐라 라는 식으로 자재를 창고에 정리하기 시작했고, 마지막 남은 박스를 들며 '뭐야 아무것도 안 나오잖아, 소리도 안 들리네. 뭘' 이라고 생각한 순간…….
제 눈앞엔 푸른색 줄무늬 카라티를 입은 어떤 남자의 인영이 절 뚫고 지나갔습니다. 어른들이 하시던 말씀 중에 오금이 저린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말 그대로입니다. 그 인영이 절 뚫고 지나가는 순간 다리가 굳고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느낌이 났습니다. 그대로 물건을 정리하는 것도 잊고 전 매장으로 뛰어 올라갔습니다.
주방 뒷문 복도에서 매니져에게 방금 겪은 일을 하소연하는데, 그 말 아시나요? 혼령들은 자기 이야기를 하면 그곳으로 찾아온다는 소리를. 마치 그 말이 생각나듯, 갑자기 그 여자 매니져가 "갑자기 소름이 돋게 춥다. 넌 안 그러니?" 라고 하시고는 팔을 문지르며 주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전 설마 하는 생각에 뒤를 돌아 주방으로 들어가려던 순간, 뒤통수가 짜릿해지고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다리가 굳어버렸습니다. 아까 본 남자의 인영이 다시 스쳐지나간 것입니다. 그 이후로 대낮에도 주방 뒷문으로는 잘 다니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지하주차장에 있던 주인 없는 차 이야기입니다.
지하주차장 왼편 구석은 정말 그쪽으로 둔한 사람이 가도 오싹 하다고 할 만큼 으스스한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하얀색 승용차가, 언제 주차해놓았는지도 아무도 모른 채로 방치되고 있었습니다. 기분 나쁘게도 남자의 인영을 본, 그 왼쪽 구석에 말이죠.
같이 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 차 운전석에 사람 머리만 둥둥 떠 있더라, 발목만 돌아다니다가 그 차 아래로 숨더라. 라는 이야기가 한참 떠돌았습니다. 하지만 당시 부산에서 올라온 신입 매니저 형님 한분이 계셨는데 그분은 세상에 귀신이 어딨냐고 저희에게 다그치며, 다 너네 피곤해서 그런 거다 라며 말을 항상 끊으셨습니다.
어느 날, 새벽에 그 매니저 형님께서 창고에 자재파악을 하시러 내려가신다고 하고 5분정도 흐른 뒤였습니다. 지하에서 단발마의 비명이 들리고는 그 형님은 마치 혼이 빠져나간 사람마냥 식은땀을 흘리며 뛰어올라오셨습니다. 그리고 물을 한잔 들이키고선 저희에게 한 마디 하시더라고요.
"있었어……. 머리만…….그리고 발목이 돌아다녔어……."
그 매장에서 오래 일하던 사람들끼린 아직도 그걸 추억거리 삼아 가끔 얘기하기도 합니다. 지금도 그 하얀 발목은 지하주차장에서 돌아다닌다고 합니다.
[투고] 메타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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